다초점렌즈를 알아보면 이상한 상황을 만나게 됩니다. 어떤 후기는 "돋보기 없이 살게 됐다"며 만족하고, 어떤 후기는 "밤마다 불빛이 번져서 후회한다"고 합니다. 같은 렌즈인데 왜 경험이 극과 극일까요. 답부터 말하면, 다초점렌즈의 단점은 복불복이 아닙니다. 누구에게 생기기 쉬운지가 연구로 어느 정도 밝혀져 있고, 수술 전 검사에서 상당 부분 예측이 됩니다. 그 조건을 아는 것이 이 글의 목적입니다.
빛 번짐은 진짜다, 그런데 만족도는 안 갈린다
먼저 이상한 통계 하나를 보겠습니다. 단초점, 강화 단초점, 삼중초점 세 종류 렌즈로 백내장 수술을 받은 환자들을 비교한 국내 연구가 대한안과학회지에 실려 있습니다1. 빛 번짐이 얼마나 적은지를 점수로 매기면 단초점렌즈가 4.0점, 삼중초점렌즈가 2.93점. 다초점 계열에서 빛 번짐이 더 생긴다는 게 수치로 확인됩니다. 그런데 전체 수술 만족도는 단초점 3.87점, 삼중초점 3.73점으로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습니다.
빛 번짐은 분명히 더 생기는데 만족도는 왜 안 갈릴까요. "단점이 있다"와 "그 단점 때문에 후회한다"가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야간 운전이 많지 않은 사람에게 밤의 빛 번짐은 가끔 겪는 불편이지만, 돋보기 없이 메뉴판을 읽는 편익은 매일 누립니다. 반대로 야간 운전이 생활의 중심인 사람에게는 이 손익이 뒤집힙니다. 다초점렌즈 선택의 본질은 렌즈의 우열이 아니라 내 생활에서 이 손익이 어느 쪽으로 기우는가입니다.
후회하는 사람들을 분석해보니: 원인 1위는 렌즈가 아니었다
그럼 실제로 불만족한 사람들은 왜 불만족했을까요. 다초점렌즈 수술 후 불편을 호소한 환자들을 분석한 연구(Woodward 외, Journal of Cataract and Refractive Surgery, 2009)가 있습니다2. 불만족 사례의 95%가 "흐려 보인다", 42%가 빛 번짐 같은 빛 관련 증상을 호소했는데, 원인을 추적한 결과가 의외입니다.
1위는 렌즈 자체가 아니라 수술 후 남은 도수(잔여 굴절이상)로, 전체의 65.5%였습니다. 이어서 후낭혼탁(수술 후 렌즈 뒤 막이 뿌옇게 되는 현상) 15.8%, 큰 동공 14.5% 순입니다.
이 목록이 중요한 이유는, 상위 원인 대부분이 수술 전 검사와 도수 계산, 수술 후 관리에서 대응 가능한 항목이라는 점입니다. 남은 도수는 추가 교정으로, 후낭혼탁은 간단한 레이저 시술로 개선 여지가 있습니다. 다초점렌즈의 만족도는 렌즈를 고르는 순간이 아니라, 그 전의 정밀 검사와 계산에서 절반 이상 결정되는 셈입니다.
한 가지 예외가 있습니다. 회절형 렌즈 특유의 대비 감도 저하로 세상이 살짝 뿌옇게 보이는 증상(waxy vision)은 렌즈 구조에서 오는 문제라, 적응이 안 되면 다른 렌즈로 교체한 증례들이 학술지에 보고돼 있습니다3. 다만 뇌 활동을 추적한 연구들에서 새 초점에 대한 적응은 3개월에서 6개월에 걸쳐 진행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4, 이 기간을 지나기 전에 교체를 결정하는 것은 이르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입니다. 되돌릴 수 없는 선택은 아니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이 신중해야 하나
정리하면 다초점렌즈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하는 조건은 이렇습니다. 미국안과학회(AAO)의 진료 지침도 다초점 인공수정체가 적합하지 않은 환자 기준을 별도로 다루고 있습니다5.
- 야간 운전이 직업이거나 생활의 중심인 분은 빛 번짐의 손익이 뒤집히는 대표 조건에 해당합니다.
- 망막이나 시신경 질환이 있는 분은 대비 감도가 이미 낮아서, 다초점의 감도 저하가 더 크게 체감됩니다.
- 각막이 고르지 않거나 안구건조가 심한 분은 남은 도수와 시야 질 저하가 생기기 쉽습니다. 위 연구에서 불만족 원인 1위였던 그 항목입니다.
- 작은 불편에 민감한 성향이라면 3~6개월의 적응 기간을 견디는 일이 만족도를 좌우합니다.
이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단점의 확률보다 돋보기 없는 일상의 편익이 클 수 있습니다.
상담에서 이것만 확인하세요
- 내 각막, 망막, 동공 검사 결과가 다초점렌즈에 적합한지 수치로 설명을 들었는가
- 야간 운전 등 내 생활 패턴을 상담에서 구체적으로 이야기했는가
- 수술 후 도수가 남을 경우의 대응(추가 교정, 레이저)까지 설명을 들었는가
다초점렌즈의 단점은 실재하지만 무작위로 찾아오지 않습니다. 내 눈 상태와 생활 패턴이라는 조건에서 생기고, 그 조건은 수술 전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후기의 극과 극 사이에서 헤매는 대신, 검사 결과를 놓고 전문의와 이 세 가지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출처
- 김부기, 정영택. 강화된 단초점인공수정체와 단초점인공수정체, 삼중초점인공수정체의 임상 결과 비교. 대한안과학회지 2023;64(1):25
- Woodward 외. Dissatisfaction after multifocal intraocular lens implantation. J Cataract Refract Surg 2009
- waxy vision으로 인한 렌즈 교체 증례 보고, PMC
- 다초점 인공수정체 신경 적응 fMRI 연구, Frontiers in Neuroscience 2021
- 미국안과학회 Cataract in the Adult Eye Preferred Practice Pattern (2021)
본 글은 일반적인 의학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인의 눈 상태에 대한 판단은 안과 전문의의 검사와 상담을 통해 이루어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