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진다초점안경의 초기 어지러움은 대개 적응 과정입니다. 미국안과학회는 적응에 일주일에서 두어 달까지 걸릴 수 있다고 적습니다[1].
적응이 끝난 뒤에도 렌즈 아래쪽으로 먼 곳을 볼 때의 깊이 지각과 대비감도는 떨어진 채로 남습니다[2].
"처음 쓰면 어지러움이 심하다는 이야기가 많아서 걱정되네요. 다들 적응 기간이 오래 걸린다고 하던데 보통 어느 정도"
질문 게시판에 반복되는 문장입니다. 달리는 답도 대체로 비슷합니다.
1~2주의 울렁임은 정상이고, 계속 어지러우면 잘못 맞춘 것이라는 답입니다.
처음에 어지러운 이유가 뭔가요?
누진다초점렌즈는 위에서 아래로 도수가 이어져 커지기 때문에 어느 부분으로 보느냐에 따라 보이는 상이 달라집니다.
미국안과학회는 이 구조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위쪽으로 먼 곳, 가운데로 중간 거리, 아래쪽으로 가까운 것을 본다는 것입니다[1].
이중초점처럼 눈에 보이는 경계선이 없다는 것이 장점입니다[1]. 도수 경계를 넘을 때 상이 툭 튀는 현상도 없습니다[1].
같은 이유로 어려움도 생깁니다. 표시가 없으니 어느 부분으로 볼지 스스로 익혀야 합니다[1].
익히기 전에는 엉뚱한 부분으로 보게 됩니다. 미국안과학회는 그때 균형을 잃거나 메스꺼울 수 있다고 적습니다[1].
좌우로 시선을 옮길 때 생기는 왜곡도 있습니다[1]. 질병관리청 자료도 누진다초점렌즈의 단점으로 주변부로 보면 상이 흐리거나 변형되어 보이는 것을 듭니다[3].
적응 기간은 얼마나 잡아야 하나요?
적응 기간은 일주일에서 두어 달까지 걸릴 수 있습니다[1].
기간을 줄이는 방법도 같은 자료에 나옵니다. 안과 의사나 검안사에게 맞춤으로 피팅을 받고, 가능한 한 자주 쓰는 것입니다[1].
눈이 피로하거나 두통이 생기면 억지로 버티지 않아도 됩니다. 미국안과학회는 벗었다가 나중에 다시 시도하라고 안내합니다[1].
적응이 끝나면 다 해결되나요?
적응이 끝나도 렌즈 아래쪽으로 먼 곳을 볼 때의 불리함은 남습니다.
지역사회에 사는 63세에서 90세 156명을 1년간 추적한 연구가 있습니다[2]. 그중 87명이 이중초점과 삼중초점, 누진다초점을 포함한 다초점 안경 상시 착용자였습니다[2].
이들은 안경 아래쪽으로 볼 수밖에 없는 조건에서 검사 성적이 나빴습니다. 원거리 깊이 지각과 원거리 가장자리 대비감도(사물의 윤곽을 배경과 구분해 내는 능력) 둘 다였습니다[2].
추적 기간의 낙상도 갈렸습니다. 나이와 시력, 하지 근력, 반응 시간 등을 보정했을 때 다초점 착용자가 넘어질 확률은 비착용자의 2.29배였습니다[2].
어떤 상황에서 넘어졌는지도 나옵니다. 발이 걸려 넘어지는 경우 2.79배, 집 밖에서 넘어지는 경우 2.55배였고, 계단을 오르내릴 때도 차이가 확인됐습니다[2].
같은 연구자가 정리한 후속 자료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낙상 위험을 설명하는 시각 지표는 시력보다 대비감도와 깊이 지각이었고, 다초점 안경의 근용 부분이 아래쪽 시야에서 이 둘을 떨어뜨린다는 것입니다[4].
그래서 바닥의 턱이나 계단 모서리 같은 환경의 위험 요소를 늦게 발견하게 됩니다[4].
그럼 누진다초점안경을 쓰면 안 되나요?
쓰지 말라는 결론은 근거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 갈린 것은 렌즈가 아니라 상황이었습니다.
2010년 영국의학저널에 실린 무작위 시험이 이것을 직접 확인했습니다[5]. 다초점 안경을 상시 착용하는 평균 80세 606명을 무작위로 나눠 한쪽에만 원거리 단초점 안경을 주고 걷거나 실외 활동을 할 때 쓰게 했습니다[5].
전체 결과는 분명하지 않았습니다. 낙상이 8% 줄었지만 신뢰구간이 넓어 우연을 배제하지 못했습니다[5].
미리 정해 둔 하위 분석에서 결과가 갈렸습니다. 실외 활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사람에서는 낙상이 40% 줄었습니다[5].
반대쪽도 나왔습니다. 실외 활동이 적은 사람에서는 오히려 바깥에서 넘어지는 일이 늘었습니다[5].
연구진의 결론이 그래서 조건부입니다. 적절한 상담과 함께라면 규칙적으로 실외 활동을 하는 고령 착용자에게 단초점 안경 제공이 낙상 예방 전략이 되지만, 실외 활동이 적은 착용자에게는 해로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5].
그러면 무엇을 기준으로 나누나요?
기준은 실외에서 걷는 시간입니다.
그 시험이 참가자를 모을 때 건 조건이 실외 사용 빈도였습니다. 주 3회 이상 바깥에서 다초점 안경을 쓰는 사람만 들어갔습니다[5].
앞의 추적 연구도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고령자는 계단을 오르내릴 때와 익숙하지 않은 집 밖 환경에서 다초점이 아닌 안경을 쓰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2].
책상과 화면 앞에서 보내는 시간이 대부분이라면 사정이 다릅니다. 위험이 걸리는 상황 자체가 적습니다[2].
잘 쓰다가 갑자기 다시 어지러우면 어떻게 하나요?
한동안 편했다가 다시 어지러워졌다면 적응 문제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먼저 볼 것은 안경의 위치입니다. 미국안과학회는 누진다초점렌즈가 맞춤 피팅을 전제로 작동한다고 설명합니다[1].
코받침이나 다리가 틀어져 렌즈가 눈앞에서 내려가면 보던 부분이 달라집니다.
도수 쪽도 바뀝니다. 질병관리청은 나이가 들수록 최대조절력(가까운 것에 초점을 맞추는 힘)이 감소한다고 설명합니다[3].
필요한 근용 도수가 그만큼 따라 올라갑니다.
이름이 비슷해 헷갈리는 것도 정리해 둘 만합니다. 이 글의 누진다초점은 안경 렌즈이고, 백내장 수술에서 눈 속에 넣는 다초점 인공수정체는 다른 물건입니다.
인공수정체 쪽 이야기는 다초점렌즈 단점 글에 정리돼 있습니다.
그래서 무엇부터 하면 될까요?
어지러움이 언제 생기는지부터 나눠 봅니다.
- 어느 상황에서 어지러운지 적어 둡니다. 좌우로 볼 때인지, 계단에서인지, 바깥을 걸을 때인지가 다릅니다[1][2].
- 안경 피팅부터 확인합니다. 렌즈 위치가 틀어지면 적응한 부분이 어긋납니다[1].
- 실외에서 걷는 시간이 많다면 그 상황만 원거리 안경으로 나누는 선택지를 상의합니다[5].
- 한동안 편하다가 다시 어지러워졌다면 도수와 눈 상태를 확인합니다[3].
단초점 돋보기와 무엇이 다른지, 돋보기를 계속 쓰면 눈이 나빠지는지는 돋보기 안경 글에 따로 정리돼 있습니다.
계단이나 바깥에서 발을 헛디디는 일이 늘었다면 안경 탓인지 눈 상태 탓인지 안과 전문의의 검사로 가려 보시기 바랍니다.
--- 출처
- 미국안과학회(AAO), Pros and Cons of Progressive Lenses
- Lord SR 외, Multifocal glasses impair edge-contrast sensitivity and depth perception and increase the risk of falls in older people. J Am Geriatr Soc 2002;50(11):1760-6
-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노안
- Lord SR, Visual risk factors for falls in older people. Age Ageing 2006;35 Suppl 2:ii42-5
- Haran MJ 외, Effect on falls of providing single lens distance vision glasses to multifocal glasses wearers: VISIBLE randomised controlled trial. BMJ 2010;340:c2265
이 글은 미국안과학회와 질병관리청의 공개 자료, 추적 연구와 무작위 임상시험을 근거로 누진다초점안경에 관한 물음을 정리한 정보입니다. 도수와 눈 상태는 안과 전문의의 검사로 확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