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에 날파리가 떠다니는 비문증, 치료 가능할까요?" 네이버 지식iN에 올라오는 단골 질문입니다. 어렵게 안과를 다녀온 사람의 후기는 한층 더 답답합니다. "안과에 가도 특별한 치료법이 없다고 해요. 그래서 영양제를 찾던 중에"라는 식으로, 병원에서 받은 답에 납득하지 못한 채 다른 방법을 찾아 나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치료법이 없다"는 이 말은 절반만 맞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치료법이 없는 것이 아니라, 있는데 대부분의 경우에 권하지 않는 것입니다. 왜 그런지를 알면 이 답이 다르게 들립니다.

날파리의 정체는 유리체 속 그림자입니다

비문증은 눈 속을 채운 투명한 젤 조직인 유리체가 혼탁해지면서, 실오라기나 벌레 같은 것이 떠다니는 것처럼 느껴지는 증상입니다1. 미국 국립눈연구소(NEI)는 이를 유리체 안의 미세한 덩어리가 망막에 드리우는 그림자라고 설명합니다2. 눈알 안에 실제로 벌레가 있는 것이 아니라, 나이가 들면서 유리체가 수축하고 뭉치는 과정에서 생기는 변화입니다. 나이 외에는 심한 근시와 눈 외상이 흔한 원인이고1, 백내장 수술을 받은 눈에서도 더 흔하게 나타납니다3.

"치료법이 없다"의 정확한 뜻

먹는 약으로는 비문증을 없앨 수 없습니다1.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이 명시한 내용이라, 약이나 영양제로 유리체 혼탁 자체를 지우겠다는 접근은 출발부터 근거가 없는 셈입니다.

수술은 있습니다. 혼탁이 낀 유리체를 잘라내는 유리체절제술인데, 질병관리청은 일상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줄 경우에만 고려한다고 안내합니다. 수술 과정에서 망막열공이나 백내장 같은 합병증이 생길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1. 미국안과학회(AAO)의 표현도 같은 방향입니다. 심한 비문증은 수술로 제거할 수 있지만, 위험이 따르고 필요하거나 권장되는 경우는 드뭅니다3. 날파리 몇 마리를 지우자고 망막이 찢어질 위험을 감수하는 계산이 대부분의 환자에게 성립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레이저 시술은 어디까지 왔나

레이저로 유리체 혼탁을 부수는 YAG 유리체용해술이라는 시술도 있습니다. 2017년 미국에서 나온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 결과를 보면, 레이저를 받은 환자군은 6개월 뒤 증상이 평균 54% 개선됐다고 답한 반면 가짜 시술을 받은 대조군은 9%에 그쳤습니다4. 숫자만 보면 유망해 보이는데, 이 연구에는 조건이 붙어 있습니다. 단일 기관에서 52안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시험이었고, 대상도 후유리체박리로 생긴 특정 형태의 혼탁(바이스 고리)에 한정됐습니다. 연구진 스스로 결론에 더 크고 긴 확증 연구가 필요하다고 적었습니다4. 이 시술이 아직 표준 치료로 자리 잡지 못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안과에서 들은 "치료법이 없다"의 실체는, 시도해 볼 방법이 전혀 없다는 말이 아니라 위험 대비 이득이 충분히 입증된 방법이 아직 없다는 말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공식 처방이 "잊어버리기"입니다

질병관리청은 눈 검진을 통해 단순한 생리적 비문증이라는 것을 확인한 후 이를 무시하고 잊어버리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 방법이라고 안내합니다1. 성의 없는 답처럼 들리지만 근거가 있는 처방입니다. 비문증은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서 옅어지거나 덜 거슬리게 되고3, 환자도 점차 적응합니다1. 없애는 비용과 위험이 큰 반면 내버려 두었을 때 잃는 것이 거의 없으니, 적응이 가장 남는 선택이 됩니다.

주의할 점은 이 처방에 순서가 있다는 것입니다. 잊어버리는 것은 검사로 확인한 다음의 일이지, 검사를 건너뛰어도 된다는 말이 아닙니다.

잊으면 안 되는 비문증도 있습니다

같은 날파리라도 다르게 움직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떠다니는 것의 개수가 갑자기 크게 늘거나, 번쩍이는 빛(광시증)이 지속되거나, 시야 한쪽이 커튼을 친 것처럼 가려지거나, 시력이 떨어진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질병관리청과 NEI 모두 이를 망막박리 같은 심각한 질환의 신호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즉시 검사를 받으라고 안내합니다12. 망막박리는 응급 상황이라 대응 속도가 결과를 좌우합니다. 평소와 같은 비문증은 잊어도 되는 쪽이지만, 갑자기 달라진 비문증은 잊으면 안 되는 쪽입니다.

그래서 비문증 치료의 첫 단계는 없애는 방법을 찾는 일이 아니라, 내 비문증이 어느 쪽인지 검사로 확인하는 일입니다. 생리적 비문증으로 확인됐는데도 일상생활이 어려울 만큼 불편하다면, 그때 수술이나 레이저 같은 선택지의 이득과 위험을 전문의와 상의해 판단하면 됩니다.

출처

  1. 비문증(날파리증),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2. Floaters, National Eye Institute (미국 국립눈연구소)
  3. What Are Floaters and Flashes?, American Academy of Ophthalmology (미국안과학회)
  4. Shah CP, Heier JS. YAG Laser Vitreolysis vs Sham YAG Vitreolysis for Symptomatic Vitreous Floaters: A Randomized Clinical Trial. JAMA Ophthalmol 2017;135(9):918-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