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녹내장은 너무 이른 나이가 아닌가요?" 진단을 받은 직후에 검색창에 이렇게 적는 분들이 있습니다. 녹내장을 노년의 병으로 알고 있었는데 내 이름 옆에 그 병명이 붙는 순간부터 불안이 시작됩니다. 그런데 통계를 뒤집어 보면 이 병은 생각만큼 노인에게만 몰려 있지 않습니다.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진료 통계에서 60대 이상은 녹내장 진료인원의 47.9%였습니다1. 절반 남짓은 50대 이하라는 뜻입니다. 30대 진단이 흔한 일은 아니지만, 통계 바깥의 예외도 아닙니다. 그리고 한국의 30대라면, 왜 벌써 왔는지 짚이는 구조적인 이유가 하나 있습니다.

한국 젊은 세대는 근시 세대입니다

서울에 사는 19세 남성 2만 3,616명을 징병 신체검사에서 정밀 굴절검사한 연구가 있습니다. 근시가 96.5%였습니다2. 열 명 중 아홉 명 이상이 근시라는 뜻인데, 더 눈여겨볼 숫자는 따로 있습니다. 도수가 -6디옵터를 넘는 고도근시가 21.6%, 다섯 명 중 한 명이었습니다2.

근시가 녹내장과 무슨 상관인가 싶지만, 상관이 있습니다. 인구 기반 연구 11건 4만 8천여 명을 합쳐 분석한 메타분석에서, 근시가 있는 사람은 개방각녹내장 위험이 없는 사람의 1.92배였습니다. 도수가 약한 근시는 1.65배, -3디옵터를 넘는 근시는 2.46배로, 도수가 셀수록 위험이 커졌습니다3.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도 녹내장 위험요인 목록에 40세 이상, 가족력, 당뇨병과 함께 근시를 올려 두었습니다4.

두 숫자를 겹치면 "왜 나한테 벌써"의 답이 대략 나옵니다. 근시 위험이 2배 안팎이라는 것은 개인에게는 완만한 확률이지만, 한 세대의 90% 이상이 근시이고 20%가 고도근시인 나라에서는 젊은 녹내장 환자가 구조적으로 만들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30대 진단은 운이 특별히 나빴다기보다, 근시 세대가 나이 들어가며 치르게 될 비용이 일찍 도착한 쪽에 가깝습니다.

유전은 어느 정도인가

"30대인데 녹내장 유전되나요?"라는 질문에는 비교적 뚜렷한 숫자가 있습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녹내장 환자의 형제자매와 자녀를 직접 검진해 대조군 가족과 비교한 연구에서, 부모나 형제 중에 녹내장 환자가 있는 사람의 평생 녹내장 위험은 22.0%였습니다. 대조군 가족은 2.3%였으니 9.2배 차이입니다5. 흥미로운 것은 가족들에게서 가장 먼저 나타난 공통 징후가 높은 안압이 아니라 시신경유두의 함몰 확대였다는 점입니다5. 안압이 정상이어도 시신경부터 닮는다는 뜻입니다.

이 숫자는 두 방향으로 쓸 수 있습니다. 내가 진단을 받았다면 부모님과 형제에게 검진을 권할 근거가 되고, 아직 진단받지 않았지만 가족력이 있는 30대라면 증상이 없어도 검진을 시작할 근거가 됩니다. 한국 녹내장 환자의 70~80%는 안압이 정상인 정상안압녹내장이라 안압 측정만으로는 걸러지지 않으므로4, 검진은 시신경과 시야를 직접 보는 검사여야 합니다. 녹내장이 왜 증상 없이 진행되는지는 별도 글에서 다뤘습니다.

마사지와 영양제는 도움이 될까

진단 직후에 많은 분들이 할 수 있는 것을 찾습니다. "눈동자 주변을 마사지해 주듯이 하고 있는데 도움될까요?", "영양제는 먹으면 도움될까요?" 같은 질문이 그래서 나옵니다. 마음은 이해되지만, 공식 자료 어디에도 눈 마사지나 영양제가 녹내장 진행을 막는다는 근거는 실려 있지 않습니다. 질병관리청의 녹내장 생활 안내에 있는 것은 과음을 피하고 담배를 끊으라는 정도이고4, 진행을 막는 수단으로 인정된 것은 안압을 낮추는 약물, 레이저, 수술입니다4. 손으로 눈 주위를 누르는 행동이 안압을 의미 있게 낮춘다는 근거는 없고, 진단받은 눈이라면 확인되지 않은 자가 요법에 시간을 쓰는 동안 치료 시기가 늦어지는 쪽이 실제 손해입니다.

30대 진단이 뜻하는 것

녹내장은 한 번 발생하면 완치가 어려운 만성 질환이고, 치료의 목표는 병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시신경과 시야 손상의 진행을 막는 것입니다4. 이미 잃은 시야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이 사실 때문에 30대 진단은 두 얼굴을 갖습니다. 앞으로 관리해야 할 세월이 50년 가까이 남았다는 점에서는 무겁고, 잃은 시야가 아직 적은 시점에 발견됐다는 점에서는 다행입니다. 같은 병을 60대에 시야가 많이 좁아진 뒤 발견하는 경우와 비교하면, 30대 발견은 지킬 수 있는 시야가 가장 많이 남아 있는 발견입니다.

그래서 "너무 이른 나이"라는 표현은 절반만 맞습니다. 병이 오기에 이른 나이인 것은 맞지만, 발견되기에는 이를수록 좋은 병입니다. 진단을 받았다면 정기 검사와 처방된 치료를 유지하는 것이 남은 시야를 지키는 입증된 방법이고, 어떤 치료 조합이 맞는지는 시신경 손상 정도와 안압, 진행 속도를 놓고 전문의와 정하게 됩니다. 아직 진단 전이지만 고도근시이거나 가족력이 있는 30대라면, 이 글을 읽은 오늘이 첫 시신경 검사를 예약하기 좋은 날입니다.

출처

  1. 60대 이상 노인환자, 녹내장 방치하면 실명 (보건복지부 보도자료,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 2016-12-25),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2. Jung SK et al. Prevalence of myopia and its association with body stature and educational level in 19-year-old male conscripts in Seoul, South Korea. Invest Ophthalmol Vis Sci 2012
  3. Marcus MW et al. Myopia as a risk factor for open-angle glaucoma: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Ophthalmology 2011;118(10):1989-1994
  4.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녹내장
  5. Wolfs RC et al. Genetic risk of primary open-angle glaucoma. Population-based familial aggregation study. Arch Ophthalmol 1998;116(12):1640-1645 (로테르담 연구)

이 글은 정부 발표 통계와 동료심사 연구, 질병관리청 공식 자료를 근거로 젊은 녹내장의 위험 구조를 설명하는 정보이며, 개인의 눈 상태에 대한 진단이 아닙니다. 진단과 치료 방침은 안과 전문의와 상담으로 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