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중 망막색소변성증 환자가 있을 때 내가 걸릴 확률은 하나의 숫자가 아니라 유전 형태에 따라 50%, 25%, 또는 그보다 훨씬 낮게 갈립니다[1]. 망막색소변성증은 눈 안쪽에서 빛을 받는 망막의 시각세포가 서서히 망가지는 유전성 망막질환입니다[1].

그래서 먼저 알아야 할 것은 확률이 아니라 우리 집이 어느 유전 형태인지입니다[1]. 그것을 확인하는 방법이 유전자검사이고, 증상이 없어도 망막의 기능 저하를 잡는 검사가 따로 있습니다[1][2].

지식iN에는 이런 질문이 올라옵니다.

"할아버지가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앞이 안보이셨는데 이게 유전병이라고 하더라고요? 저도 불안해서 검사를 하고 싶은데 큰병원 가야하나요?"

가족 중 환자가 있으면 저도 걸리나요?

망막색소변성증이 자녀에게 전해질 확률은 유전 형태마다 다르고, 질병관리청 희귀질환 헬프라인은 그 비율을 이렇게 적습니다[1].

유전 형태전체 환자 중 비율자녀가 걸릴 확률
상염색체 우성22%성별과 무관하게 50%
상염색체 열성19%25% (부모 양쪽에서 물려받아야 발병)
X염색체 연관9%보인자 어머니의 아들 50%, 딸은 보인자 50%
산발성나머지특정한 이유 없이 돌연변이로 발생

X염색체 연관 형태에는 방향이 있습니다[1]. 환자인 아버지와 정상인 어머니 사이에서 아들은 모두 정상이고 딸은 모두 보인자가 됩니다[1].

보인자는 병에 걸리지는 않았지만 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갖고 있어 자녀에게 전할 수 있는 사람을 말합니다. 지식iN 질문처럼 외할아버지와 외삼촌이 환자인 경우가 이 형태와 맞물릴 수 있어, 형태 확인이 먼저입니다[1].

환자 본인에게 가족력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3]. 미국안과학회는 유전 질환이지만 모든 환자에게 가족력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적습니다[3].

우리나라 환자는 얼마나 되는지도 확인돼 있습니다[4].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전 국민 등록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 연령에서 약 9,000명당 1명, 40세 이상에서 약 6,000명당 1명이었습니다[4].

증상이 없어도 검사로 알 수 있나요?

증상이 없는 초기에도 망막전위도 검사로 망막 세포의 기능 저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1]. 망막전위도는 눈에 빛을 비추고 망막이 내는 전기 반응을 기록하는 검사입니다[1].

이 검사의 의미는 시점에 있습니다[2]. 2006년 란셋 리뷰는 망막 기능 검사가 야맹증이나 시야 결손이나 시력 저하가 나타나기 여러 해 전부터 감소를 보인다고 정리했습니다[2].

증상은 대개 야맹증으로 시작하고, 대부분의 환자가 20세 이전에 자각합니다[1]. 그런데 국내 자료의 진단 평균 연령은 44.8세였습니다[4].

이 격차가 검사를 미루지 말아야 할 이유입니다[1][4]. 증상이 시작되는 시기에 일반 시력검사의 중심시력은 아직 정상이라, 시력표만으로는 잡히지 않습니다[1].

유전자검사를 하면 형태를 알 수 있나요?

원인 유전자를 확인하려면 유전자검사가 필요하고, 다만 검사를 해도 절반 가까이는 원인이 나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1][5]. 질병관리청은 유전적 이질성이 매우 커서 증상만으로는 원인 유전자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적습니다[1].

국내 성적이 있습니다[5]. 유전성 망막질환 환자 86명에게 204개 유전자 패널 검사를 한 결과, 망막색소변성증 44명 중 18명, 40.9%에서 원인 유전자가 확인됐습니다[5].

세계적으로도 비슷합니다[2]. 란셋 리뷰 시점에 확인된 45개 이상의 유전자는 전체 환자의 약 60%만 설명했습니다[2].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병이 아닌 것은 아닙니다[1][2]. 그래도 검사를 하는 이유는 유전 형태를 알아야 가족의 확률을 계산할 수 있고, 유전자 종류에 따라 쓸 수 있는 치료가 갈리기 때문입니다[1][3].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이 도입되면서 검사 비용은 크게 낮아졌습니다[1]. 아이를 가질 계획이 있다면 유전 상담을 받는 것이 권장됩니다[3].

치료법이 정말 없나요?

특정 유전자 한 종류에만 승인된 유전자치료제가 있고, 대부분의 환자에게는 아직 근본 치료가 없습니다[1]. 2017년 12월 미국 FDA가 RPE65 유전자 변이에 의한 망막이상증의 유전자치료제를 허가했습니다[1].

이 치료제의 3상 시험은 31명을 등록해 치료군 20명과 대조군 9명을 비교했습니다[6]. 1년 뒤 치료군은 여러 밝기에서 장애물 코스를 걷는 검사에서 1.8단계 좋아졌고 대조군은 0.2단계였습니다[6].

치료군 20명 중 13명, 65%는 가장 어두운 1럭스 조도를 통과했습니다[6]. 대조군은 한 명도 통과하지 못했습니다[6].

효과는 3년에서 4년까지 유지됐습니다[7]. 3년 시점 방문자의 71%가 여전히 가장 낮은 조도를 통과했습니다[7].

다만 이 결과는 RPE65 변이 환자에게만 해당합니다[1][6]. 이 변이는 발생 연령이 매우 빨라 주로 레버선천흑암시라는 다른 진단명으로 나타나고, 그래서 대부분의 망막색소변성증 환자에게는 여전히 근본 치료법이 없다고 질병관리청은 적습니다[1].

미국안과학회는 원인 유전자가 100개 이상이라 단일 치료가 없다고 설명합니다[3]. 다른 유전자에 대한 치료제는 임상연구 중입니다[1][3].

비타민 A는 먹어야 하나요?

비타민 A가 진행을 늦춘다는 근거는 불확실하고, 미국안과학회는 현재 보충제를 권장하지 않습니다[3][8]. 근거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라서 사정을 알아 둘 필요가 있습니다[9].

1993년 미국에서 18세부터 49세 환자 601명을 4년에서 6년간 추적한 무작위시험이 있습니다[9]. 비타민 A를 하루 15,000 IU 먹은 집단은 망막 기능 검사의 감소 속도가 느렸습니다[9].

같은 시험에서 비타민 E 하루 400 IU를 먹은 집단은 오히려 감소가 빨랐습니다[9]. 시력은 어느 집단이든 해마다 약 1글자씩 떨어졌습니다[9].

2020년 코크란 리뷰는 이 시험을 포함해 4편 944명을 놓고 다시 봤습니다[8]. 시야와 시력 모두 집단 간 차이의 근거가 없었고, 결론은 비타민 A나 생선 기름의 이득이 있는지 불확실하다는 것이었습니다[8].

부작용도 적혀 있습니다[1]. 고용량 비타민 A는 간독성, 임신부의 기형아 유발, 골다공증을 주의해야 합니다[1].

그래서 복용 여부는 스스로 정할 일이 아닙니다[3]. 어떤 유전 형태인지와 함께 담당 전문의와 상의하는 것이 순서입니다[3].

진단받으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요?

진행 속도는 사람마다 다르고, 시력을 서서히 잃더라도 보통 완전 실명에 이르지는 않습니다[1][3]. 경한 경우 60세까지 중심시력이 보존되고, 심한 경우 30대에서 40대에 중심시력의 심각한 장애가 옵니다[1].

유전 형태가 속도를 일부 예고합니다[1]. 상염색체 열성과 X염색체 연관은 우성보다 시작과 진행이 빠르고, 열성은 약 10세, 우성은 약 20대에서 30대에 증상이 시작됩니다[1].

동반 질환은 치료 대상입니다[1]. 망막색소변성증 환자는 백내장이 이른 나이에 잘 생기는데, 수술하면 대부분 시력 개선을 느끼고 망막 변성이 빨라지지도 않아 적극적인 치료가 권장됩니다[1].

망막 부종은 안약이나 먹는 약이 도움될 수 있습니다[3]. 남은 시력을 최대한 쓰는 저시력 보조기구와 재활 훈련도 있습니다[3][10].

마음 건강도 준비 목록에 들어갑니다[4]. 국내 전수 자료에서 환자의 사망률은 일반 인구의 1.56배였는데, 그 원인은 40세에서 59세 남성의 자살률이 같은 연령 일반 남성의 6.6배였기 때문입니다[4].

연구자들은 이 결과를 두고 환자의 정신건강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맺었습니다[4]. 진단은 눈만의 일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가족 중 환자가 있고 아직 증상이 없다면, 망막전위도 검사와 유전 상담을 언제 받을지 망막 전문의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1][3].

출처

  1. 질병관리청 희귀질환 헬프라인, 색소망막염(Retinitis pigmentosa)
  2. Hartong DT, Berson EL, Dryja TP. Retinitis pigmentosa. Lancet. 2006;368(9549):1795-1809.
  3. American Academy of Ophthalmology, What Is Retinitis Pigmentosa?
  4. Na KH, Kim HJ, Kim KH, et al. Prevalence, Age at Diagnosis, Mortality, and Cause of Death in Retinitis Pigmentosa in Korea: A Nationwide Population-based Study. American Journal of Ophthalmology. 2017;176:157-165.
  5. Kim MS, Joo K, Seong MW, et al. Genetic Mutation Profiles in Korean Patients with Inherited Retinal Diseases. 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 2019;34(21):e161.
  6. Russell S, Bennett J, Wellman JA, et al. Efficacy and safety of voretigene neparvovec (AAV2-hRPE65v2) in patients with RPE65-mediated inherited retinal dystrophy: a randomised, controlled, open-label, phase 3 trial. Lancet. 2017;390(10097):849-860.
  7. Maguire AM, Russell S, Chung DC, et al. Durability of Voretigene Neparvovec for Biallelic RPE65-Mediated Inherited Retinal Disease: Phase 3 Results at 3 and 4 Years. Ophthalmology. 2021;128(10):1460-1468.
  8. Schwartz SG, Wang X, Chavis P, Kuriyan AE, Abariga SA. Vitamin A and fish oils for preventing the progression of retinitis pigmentosa. Cochrane Database of Systematic Reviews. 2020;6:CD008428.
  9. Berson EL, Rosner B, Sandberg MA, et al. A randomized trial of vitamin A and vitamin E supplementation for retinitis pigmentosa. Archives of Ophthalmology. 1993;111(6):761-772.
  10. National Eye Institute, Retinitis Pigmento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