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문증 영양제를 검색하면 파인애플에서 추출한 효소, 브로멜라인이 들어간 제품들이 쏟아집니다. 제품 소개에는 대개 "임상으로 확인됐다"는 문구가 붙어 있고, 실제로 지식iN에는 "이 제품 어때요?"라며 구매 직전에 마지막 확인을 구하는 질문이 올라옵니다. 그 임상이라는 것의 실체가 궁금해서 산 사람도, 살까 말까 망설이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마침 그 근거는 공개된 논문이라 누구나 열어볼 수 있습니다. 이 글은 그 논문을 실제로 열어서, 무엇이 확인됐고 무엇이 확인되지 않았는지를 사실대로 정리합니다.
그 "대만 연구"에서 실제로 먹인 것
브로멜라인 제품들이 근거로 삼는 연구는 2022년 국제 학술지에 실린 대만 연구진의 임상시험입니다1. 비문증 환자 224명에게 3개월간 캡슐을 먹였더니, 자연 발생 비문증 환자군에서 하루 1캡슐은 55%, 2캡슐은 62.5%, 3캡슐은 70%의 비문증 소실률을 보였다는 내용입니다. 숫자만 보면 놀라운 결과입니다.
그런데 논문의 방법 부분을 읽으면 첫 번째 확인 사항이 나옵니다. 이 연구에서 먹인 것은 브로멜라인 단일 성분이 아니라, 브로멜라인 190mg에 파파인 95mg과 피신 95mg을 섞은 세 가지 과일 효소 혼합물입니다1. 파파야와 무화과에서 얻는 다른 효소 두 가지가 함께 들어갔습니다. 반면 국내에서 팔리는 비문증 영양제는 브로멜라인 단일 성분 제품이 많습니다. 지식iN에서도 "비문증 영양제는 브로멜라인 단일 성분만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다"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연구된 조성과 팔리는 조성이 다르다면, 그 연구 결과를 단일 성분 제품의 근거로 그대로 가져올 수는 없습니다.
연구 하나를 읽을 때 같이 봐야 하는 것들
이 연구 자체에도 해석에 필요한 조건이 몇 가지 붙어 있습니다. 논문에 적힌 사실만 나열하면 이렇습니다.
대조군은 아무 효과 없는 가짜약이 아니라 비타민C였습니다1. 연구진 명단에는 대학과 병원 소속 연구자 외에 바이오기술 회사 소속 연구자도 포함되어 있습니다1. 그리고 이 결과를 다른 연구진이 재현한 사람 대상 임상시험은 의학 논문 데이터베이스(PubMed)에서 검색되지 않습니다. 브로멜라인과 유리체를 다룬 문헌 자체가 4건뿐이고, 그나마 사람에게 먹여서 효과를 본 임상은 이 대만 연구가 유일합니다2. 의학에서 치료법이 표준으로 인정받으려면 서로 다른 연구진이 다른 환자군에서 같은 결과를 반복해서 내야 하는데, 브로멜라인은 아직 그 단계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오해는 말아야 합니다. 이 연구가 조작됐다거나 틀렸다는 뜻이 아닙니다. 흥미로운 첫 결과와, 시장을 지탱할 만큼 확인된 근거 사이에는 거리가 있고, 브로멜라인은 아직 전자에 있다는 뜻입니다.
공식 기준은 두 곳 모두 "아직 아니다"입니다
이 거리를 공식 기관들의 판단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의 비문증 항목은 "먹는 약으로는 비문증을 없앨 수 없습니다"라고 명시합니다3. 유리체 혼탁을 먹어서 지우는 방법은 현재 공인된 것이 없다는 뜻입니다.
식약처 쪽 사정도 같습니다. 건강기능식품으로 눈 관련 기능성을 인정받은 원료는 루테인지아잔틴 복합물(황반색소 밀도 유지), 빌베리 추출물과 헤마토코쿠스 추출물(눈의 피로 개선), 마리골드꽃추출물, EPA와 DHA 함유 유지 등인데, 이 목록에 브로멜라인은 없습니다4. 한 걸음 더 들어가면, 목록에 있는 원료들조차 인정받은 기능성은 황반색소나 눈 피로에 대한 것이지, '비문증 개선' 기능성으로 인정받은 원료는 아예 존재하지 않습니다4. 어떤 제품이든 비문증을 개선한다는 기능성 표시를 식약처 인정 근거로 달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영양제값을 쓰기 전에 확인할 순서
비문증으로 영양제를 알아보고 있다면, 돈을 쓰는 순서를 이렇게 잡는 것이 근거에 맞습니다.
- 검사가 먼저입니다. 비문증 대부분은 나이에 따른 유리체 변화라 지켜봐도 되지만, 갑자기 개수가 늘거나 번쩍임이 동반되면 망막박리 같은 응급 질환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3. 영양제로 시간을 보내다 놓치면 안 되는 유일한 경우가 이것입니다. 어떤 비문증이 위험한지는 비문증 치료 글에서 다뤘습니다.
- 검사에서 단순 비문증으로 확인됐다면, 영양제는 근거의 현재 위치를 알고 선택하세요. 재현되지 않은 연구 1건과, "먹는 약으로는 없앨 수 없다"는 정부 안내가 지금의 근거 상태입니다. 그 사이에서 지갑을 열지는 각자의 판단이지만, 적어도 "임상으로 입증"이라는 문구가 말하는 것보다 근거가 얇다는 것은 알고 여는 것이 맞습니다.
- 불편이 심하면 영양제가 아니라 진료로 상의하세요.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의 비문증에는 검토할 수 있는 시술 선택지가 따로 있고, 이득과 위험의 저울질이 필요한 문제라 전문의 상담의 영역입니다.
출처
- Ma JW, Hung JL, Takeuchi M, Shieh PC, Horng CT. A New Pharmacological Vitreolysis through the Supplement of Mixed Fruit Enzymes for Patients with Ocular Floaters or Vitreous Hemorrhage-Induced Floaters. J Clin Med 2022;11(22):6710
- PubMed 검색: bromelain AND vitreous (2026-08-10 기준 4건 — 위 임상 1건, 시험관 연구, 커큐민 파일럿, 증례 보고)
- 비문증(날파리증),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 식품안전나라(식약처),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정보 — 눈 건강
이 글은 해당 임상 논문 원문과 질병관리청, 식약처 공개 자료를 근거로 브로멜라인 영양제의 근거 상태를 설명하는 정보이며, 특정 제품에 대한 평가나 개인에 대한 의학적 판단이 아닙니다. 비문증의 원인 확인과 치료 여부는 정밀검사와 전문의 상담으로 결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