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내장 치료는 완치를 목표로 하지 않습니다. 이미 손상된 시신경은 되돌아오지 않고, 치료가 하는 일은 앞으로 잃을 시야를 지키는 것입니다12.
그래서 "평생"이라는 말은 평생 낫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지키는 일을 평생 이어간다는 뜻입니다. 질병관리청은 조기에 발견해 꾸준히 관리하면 실명 없이 생활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1.
"평생을 검사치료를 받아야 현상유지 할수 있나요?" 실제 질문 게시판에 올라온 이 물음처럼, 진단 직후 가장 크게 다가오는 것은 병 자체보다 기간입니다.
녹내장은 왜 완치가 안 되나요?
녹내장이 완치되지 않는 이유는 손상되는 조직이 시신경이기 때문입니다. 질병관리청은 "한 번 손상된 시신경은 회복되지 않습니다"라고 명시합니다1.
미국 국립안연구소(NEI)도 같은 구조로 설명합니다. 치료는 이미 생긴 시력 손상을 되돌리지 못하지만 더 나빠지는 것은 막는다는 것입니다2.
그래서 녹내장 치료가 잘 되고 있는지는 지금 얼마나 잘 보이느냐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몇 년 뒤에 시야가 얼마나 남아 있느냐로 판단합니다12.
치료를 미루면 그 기간에 잃은 시야는 나중에 시작해도 돌아오지 않습니다12.
증상도 없고 시력도 괜찮은데 치료를 시작해야 하나요?
증상이 없는 초기 녹내장에서도 치료를 시작하면 진행이 줄어듭니다. 스웨덴 연구진은 초기 개방각녹내장 환자 255명을 치료군과 무치료군으로 나눠 중앙 6년간 지켜봤습니다3.
참가자는 대부분 인구 검진으로 찾아낸, 시야 손상이 적은 초기 환자였습니다3.
결과는 치료군 45%, 무치료군 62%에서 병이 진행한 것으로 나왔습니다3. 진행이 일어나는 시점도 치료군이 유의하게 늦었습니다3.
치료군의 안압은 평균 5.1mmHg, 비율로는 25% 낮아졌습니다3.
효과는 특정 집단에만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안압이 높은 사람과 정상인 사람, 나이가 많은 사람과 적은 사람, 시야 손상이 적은 사람과 많은 사람으로 나눠 봐도 치료 효과가 모두 나타났습니다3.
지금 잘 보이는데도 치료를 시작하는 것은 오늘의 시력 때문이 아닙니다. 몇 년 뒤의 시야를 위해서입니다3.
자연치유나 생활습관으로 좋아질 수 있나요?
녹내장이 자연치유되거나 생활습관만으로 좋아진다는 근거는 없습니다. NEI는 녹내장에 완치가 없고 예방하는 방법도 없다고 적고 있습니다2.
대체요법을 정리한 검토 논문의 결론도 같은 방향입니다. 은행잎 추출물과 빌베리 추출물은 산화 스트레스를 줄이고 시신경유두의 혈류를 개선한다는 보고가 있지만, 연구 결과가 일관되지 않고 규모가 작아 근거가 약하다고 평가됐습니다4.
침에 대해서는 더 분명합니다. 녹내장의 진행을 바꾸거나 안압을 지속적으로 낮춘다는 근거가 없다고 적혀 있습니다4.
대마도 마찬가지입니다. 작용 시간이 짧고 병의 진행을 바꾼다는 근거가 없으며 부작용을 고려하면 이롭지 않다는 것이 이 검토의 결론입니다4.
지금까지 효과가 입증된 방법은 안압을 낮추는 것 하나입니다13. 생활 관리는 이 치료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가는 것입니다.
녹내장 치료는 어떤 순서로 진행되나요?
녹내장 치료는 안압을 낮추는 방법을 단계적으로 올려 가는 방식입니다. 질병관리청이 정리한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1.
- 점안약으로 시작합니다. 점안약 종류가 다양해지고 안압 하강 효과가 좋아져서 점안약만으로 치료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1.
- 레이저 치료를 씁니다. 폐쇄각녹내장에서는 홍채 주변부에 작은 구멍을 만들어 방수(눈 안을 채우는 맑은 액체)가 흐를 통로를 확보하고, 개방각녹내장에서는 레이저섬유주성형술을 시행합니다1.
- 수술은 약물이나 레이저로 안압이 충분히 낮아지지 않을 때 합니다. 섬유주절제술과 녹내장임플란트삽입술이 대표적이고, 최근에는 최소침습녹내장수술도 도입됐습니다1.
수술이 마지막 단계라는 점은 비용을 걱정하는 사람에게도 의미가 있습니다. 급여 구조는 녹내장 수술 비용 글에 따로 정리돼 있습니다.
평생 안약을 넣고 검사를 받아야 하나요?
녹내장 관리는 대체로 오래갑니다. 다만 실제 진료 현장에서 안약이 그만큼 잘 지켜지지는 않습니다.
미국 연구진이 녹내장 약을 처음 처방받은 13,956명의 약국 청구 기록을 분석했습니다5. 12개월 시점에 안압하강제를 보유하고 있던 사람은 59%였습니다5.
같은 1년 동안 끊김 없이 약을 계속 보유한 사람은 10%였습니다5. 연구진은 녹내장 약의 순응도가 다른 만성질환과 비슷하게 나쁘다고 결론지었습니다5.
이 숫자는 환자를 탓하는 자료가 아닙니다. 매일 눈에 약을 넣는 일이 원래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자료이고, 그래서 안약이 잘 안 되는 상황을 진료 때 그대로 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5.
검사를 계속 받는 것은 안약과 다른 이야기입니다. 녹내장은 증상으로 진행을 알 수 없어서, 병이 나빠지고 있는지는 시야검사와 안압 측정으로만 확인됩니다1.
증상이 없는 이유 자체가 궁금하다면 녹내장 초기 증상 글에 기전이 정리돼 있습니다.
안약 말고 다른 선택지는 없나요?
치료를 처음 시작하는 단계에서 레이저를 먼저 쓰는 선택지가 있습니다. 영국 연구진이 치료 경험이 없는 개방각녹내장과 고안압증 환자 718명을 레이저와 안약으로 나눠 3년간 비교했습니다6.
36개월 시점에 레이저를 먼저 받은 환자의 74.2%가 목표 안압을 유지하는 데 안약이 전혀 필요하지 않았습니다6.
안압을 낮추기 위한 수술이 필요했던 사람은 안약군 11명, 레이저군 0명이었습니다6. 목표 안압 안에 있던 방문 비율은 레이저군 93.0%, 안약군 91.3%로 두 군 모두 높았습니다6.
삶의 질 점수에는 두 군 사이에 유의한 차이가 없었습니다6. 연구진은 레이저를 개방각녹내장과 고안압증의 1차 치료로 제공해야 한다고 결론지었습니다6.
이 시험의 대상은 치료를 한 번도 받지 않은 개방각녹내장과 고안압증 환자였습니다6. 다른 종류의 녹내장이나 이미 약을 쓰고 있는 경우에 그대로 적용되는 결과는 아닙니다6.
진단받았다면 무엇부터 해야 하나요?
녹내장 진단을 받았다면 안압 목표와 검사 간격을 확인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치료의 성패가 안압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하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13.
안약을 쓰기 시작했다면 빠뜨리는 날을 숨기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빠뜨림이 잦다면 다른 방법을 검토할 근거가 되기 때문입니다56.
정기 검사를 미루지 않는 것도 치료의 일부입니다. 시야가 조금씩 좁아지는 것은 본인이 알아채기 어렵습니다1.
내 녹내장이 어떤 종류인지, 목표 안압을 얼마로 잡을지, 어떤 방법으로 시작할지는 안과 전문의의 진찰과 검사로 정합니다.
출처
- 녹내장,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 Glaucoma, National Eye Institute (미국 국립안연구소)
- Heijl A, Leske MC, Bengtsson B, Hyman L, Bengtsson B, Hussein M. Reduction of intraocular pressure and glaucoma progression: results from the Early Manifest Glaucoma Trial. Archives of Ophthalmology 2002;120(10):1268-1279
- Marando CM, Chen TC. Evidence for Complementary and Alternative Therapies to Treat Glaucoma. Seminars in Ophthalmology 2023;38(2)
- Friedman DS, Quigley HA, Gelb L, et al. Using pharmacy claims data to study adherence to glaucoma medications: methodology and findings of the Glaucoma Adherence and Persistency Study (GAPS). Investigative Ophthalmology & Visual Science 2007;48(11):5052-5057
- Gazzard G, Konstantakopoulou E, Garway-Heath D, et al. Selective laser trabeculoplasty versus eye drops for first-line treatment of ocular hypertension and glaucoma (LiGHT): a multicentre randomised controlled trial. Lancet 2019;393(10180):1505-1516
이 글은 공개된 진료 지침과 통계를 근거로 한 일반 정보이며, 개별 진단과 치료 판단은 안과 전문의의 진찰로 확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