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반변성 영양제 루테인 효능, 믿을 만할까요?" "루테인과 함께 사프란이라는 성분이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황반변성 진단을 받았거나 가족이 진단받은 분들이 실제로 올린 질문들입니다. 눈 영양제 시장에는 근거가 부족한 성분이 많지만, 루테인은 다릅니다. 미국 국립보건원이 주도한 수천 명 규모의 임상시험이 실재합니다. 문제는 그 임상시험이 증명한 것과 광고가 말하는 것 사이의 거리입니다. 연구 원문이 실제로 확인해준 사실은 세 가지이고, 각각에 조건이 붙어 있습니다.

검증된 것은 루테인 단독이 아니라 조합입니다

근거의 출발점은 미국 국립눈연구소(NEI)가 진행한 AREDS와 그 후속 연구 AREDS2입니다. AREDS2는 4,203명을 추적한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으로1, 여기서 확립된 조합이 지금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눈 영양제의 표준 조성입니다. 조성은 비타민C 500mg, 비타민E 400IU, 아연 80mg, 구리 2mg, 루테인 10mg, 지아잔틴 2mg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5. 루테인은 이 여섯 성분 중 하나일 뿐입니다.

루테인이 이 조합의 간판이 된 사연도 알아둘 가치가 있습니다. 원래 자리의 주인은 베타카로틴이었습니다. 그런데 AREDS2에서 베타카로틴을 먹은 그룹의 폐암 발생이 2.0%로, 먹지 않은 그룹(0.9%)의 두 배를 넘었고 대부분 과거 흡연자였습니다1. 10년 추적에서도 베타카로틴의 폐암 위험은 약 두 배로 유지된 반면 루테인은 유의한 증가가 없었습니다2. 루테인이 선택된 결정적 이유는 효과가 더 강해서가 아니라 더 안전한 교체 선수였기 때문입니다. 다만 교체 후 성적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10년 추적에서 루테인과 지아잔틴을 받은 쪽은 베타카로틴 쪽보다 후기 황반변성 진행 위험이 15% 낮았습니다2.

루테인 단독의 성적표는 따로 있습니다. 코크란 리뷰가 루테인(지아잔틴 포함) 단독 보충을 분석한 결과는 "위약과 비슷하거나 약간 낮은 진행 위험"이었고, 근거 확실성은 낮음으로 평가됐습니다3. 종합 조합의 근거와 루테인 단일 성분의 근거는 급이 다릅니다.

같은 영양제인데, 누가 먹느냐로 효과가 20배 갈립니다

이 조합이 증명한 효과의 정확한 내용은 "이미 진단받은 황반변성의 진행 위험 감소"입니다. 코크란 리뷰의 종합 분석에서 항산화 종합제를 먹은 환자는 후기 황반변성으로 진행할 확률이 유의하게 낮았습니다3. 그런데 같은 리뷰가 계산한 절대 효과를 보면 조건의 무게가 드러납니다. 진행 위험이 높은 중기 환자에서는 1,000명이 먹으면 약 78명의 진행을 막는 계산이지만, 위험이 낮은 초기 환자에서는 1,000명당 약 4명에 그칩니다3.

애초에 AREDS2는 초기 환자와 황반변성이 없는 사람을 연구 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앞선 AREDS에서 이들에게는 이득이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5. 즉 임상 근거가 가리키는 대상은 안과에서 중기 이상 황반변성 진단을 받은 사람이고, 내가 그 단계에 해당하는지는 성분표가 아니라 안저검사가 알려줍니다.

발병을 막아준다는 근거는 없습니다

"눈 건강을 위해 미리 먹어두는" 예방 효과는 어떨까요. NEI는 이 질문에 원문으로 답해 두었습니다. AREDS와 AREDS2 보충제는 황반변성의 발병을 예방하지 않습니다("do not prevent AMD onset")5. 건강한 사람 76,756명의 데이터를 모은 코크란 예방 리뷰의 결론도 같습니다. 비타민E와 베타카로틴은 발병을 예방하거나 늦추지 못하고(높은 확실성), 루테인과 지아잔틴은 예방 효과를 검증한 근거 자체가 없습니다4.

국내 제도도 같은 선을 긋고 있습니다. 식약처가 루테인에 인정한 기능성은 "노화로 인해 감소될 수 있는 황반색소밀도를 유지하여 눈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음"까지입니다6. 황반변성의 예방이나 치료가 아니라 색소밀도 유지입니다. 한국소비자원이 시판 루테인 12개 제품을 조사했을 때 하루 섭취 비용은 206원에서 838원까지 4배 차이가 났는데6, 어느 가격대든 기능성 문구는 같습니다.

사프란은 아직 근거를 쌓는 단계입니다

질문에 나온 사프란은 어떨까요. 황반변성 대상 사프란 무작위 임상은 PubMed에서 9건이 검색되고 대부분 수십 명 규모의 단기 연구입니다. 가장 큰 임상은 100명에게 하루 20mg을 3개월간 먹인 호주 연구인데, 시력이 위약 대비 평균 0.69글자 좋아졌습니다7. 통계적으로는 유의했지만 시력표 한 글자에 못 미치는 폭입니다. 이 연구들이 틀렸다는 뜻이 아닙니다. 규모와 기간이 아직 루테인 수준의 근거라고 판단하기에 부족하다는 뜻이고, 연구진 스스로도 더 긴 연구가 필요하다고 적었습니다7.

성분표 앞에서 확인할 것

루테인 영양제에 대한 판단은 내 눈의 상태 확인에서 시작합니다.

  1. 중기 이상 진단을 받았다면, 근거가 있는 것은 루테인 단일 제품이 아니라 AREDS2 조성의 종합 조합입니다. 성분표를 그 조성과 대조하고, 복용 여부는 진료 중인 안과에 확인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아연 80mg처럼 용량이 큰 성분이 포함되므로 다른 영양제와의 중복도 점검 대상입니다.
  2. 진단받은 적이 없다면, 예방 효과는 확인된 바 없다는 것이 대규모 연구의 결론입니다.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식약처 기능성 문구 그대로 황반색소밀도 유지까지입니다.
  3. 흡연 이력이 있다면, 베타카로틴이 든 제품은 피하라는 것이 NEI의 명시적 권고입니다5.

그리고 어떤 경우든 순서가 중요합니다. 글자가 휘어 보이는 등의 증상이 있다면 영양제 검색보다 검사가 먼저입니다. 내 황반변성이 초기인지 중기인지, 건성인지 습성인지에 따라 영양제의 기대 효과도 치료 방향도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증상 구분은 황반변성 증상 글에서 다뤘고, 내 단계의 확인은 안과 검진과 전문의 상담의 몫입니다.

출처

  1. Age-Related Eye Disease Study 2 Research Group, Lutein + zeaxanthin and omega-3 fatty acids for age-related macular degeneration: the AREDS2 randomized clinical trial, JAMA (2013)
  2. Chew EY et al., Long-term Outcomes of Adding Lutein/Zeaxanthin and ω-3 Fatty Acids to the AREDS Supplements on Age-Related Macular Degeneration Progression: AREDS2 Report 28, JAMA Ophthalmology (2022)
  3. Evans JR, Lawrenson JG, Antioxidant vitamin and mineral supplements for slowing the progression of age-related macular degeneration, Cochrane Database of Systematic Reviews (2023)
  4. Evans JR, Lawrenson JG, Antioxidant vitamin and mineral supplements for preventing age-related macular degeneration, Cochrane Database of Systematic Reviews (2017)
  5. National Eye Institute, About the Age-Related Eye Disease Studies (AREDS/AREDS2)
  6. 한국소비자원 비교공감 제2023-16호, 루테인 건강기능식품 비교정보 (2023-10-17)
  7. Broadhead GK et al., Saffron therapy for the treatment of mild/moderate age-related macular degeneration: a randomised clinical trial, Graefe's Archive for Clinical and Experimental Ophthalmology (2019)

이 글은 무작위 임상시험과 코크란 리뷰, NEI와 식약처 공표 자료를 근거로 영양제의 근거 범위를 설명하는 일반 정보이며, 특정 제품의 추천이나 복용 지시가 아닙니다. 복용 여부와 내 눈의 단계 판단은 안과 검진과 전문의 상담으로 확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