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망막병증은 시력이 떨어지기 한참 전부터 진행합니다. 그래서 2형 당뇨는 당뇨를 진단받은 그 시점에 곧바로 첫 안저 검사를 받고, 이후 최소 해마다 검사를 받으라고 미국안과학회 진료 지침이 정해 두었습니다1.

검사 시점이 치료보다 먼저 오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비증식성 단계에서는 대개 치료를 하지 않고 지켜보기 때문입니다4.

"당뇨망막병증은 시력 저하 외에도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초기에는 증상이 없는 경우도 있을까요?" 실제 질문 게시판의 이 물음이 이 병의 구조를 정확히 짚고 있습니다.

당뇨망막병증은 어떤 병인가요?

당뇨망막병증은 높은 혈당이 망막의 가느다란 혈관을 망가뜨려 생기는 병입니다4. 망막은 눈 안쪽을 덮고 있는 얇은 신경막이고, 카메라의 필름에 해당하는 부위입니다.

당뇨망막병증은 비증식성과 증식성으로 나뉩니다. 비정상적인 새 혈관이 자라났는지가 둘을 가르는 기준입니다4.

시력은 모세혈관이 새어 황반이 붓거나 모세혈관이 막힐 때 떨어집니다4. 산소가 모자란 망막이 새 혈관을 만들면 유리체 출혈, 견인성 망막박리, 신생혈관 녹내장으로 이어집니다4.

황반은 망막 가운데에서 중심 시력을 담당하는 부위입니다. 이 부위가 붓는 것이 당뇨황반부종입니다4.

초기에는 정말 증상이 없나요?

당뇨망막병증의 초기 단계에는 자각 증상이 없을 수 있습니다. 미국안과학회가 운영하는 자료가 이 병의 증상으로 드는 항목은 시력 저하와 시력 변동, 날파리, 시야 결손입니다4.

그런데 이 항목들은 각각 이미 진행한 상태를 가리킵니다. 날파리는 유리체 출혈이 있을 때, 시야 결손은 견인성 망막박리가 있을 때, 시력 변동은 수정체나 황반이 부었을 때 나타납니다4.

유병 기간만으로도 확률이 올라갑니다. 1형 당뇨는 5년 뒤 약 25%, 10년 뒤 거의 60%, 15년 뒤 80%가 망막병증을 갖게 됩니다5.

당뇨 20년 뒤에는 1형의 99%, 2형의 60%가 어느 정도의 망막병증을 보였다는 것이 미국 위스콘신 역학연구 코호트의 결과입니다4.

첫 검사는 언제 받나요?

첫 검사 시점은 당뇨의 종류에 따라 다릅니다. 1형 당뇨는 발병 5년 뒤부터 해마다 검진하고, 2형 당뇨는 진단받은 시점에 곧바로 검진한 뒤 최소 해마다 검진합니다1.

늦게 시작하는 쪽이 1형이라는 점이 직관과 어긋납니다. 2형 당뇨는 진단되기 전에 이미 오래 진행돼 있었을 수 있기 때문에 진단 시점부터 봅니다1.

검진의 표준은 산동 안저 검사입니다1. 눈동자를 넓히는 약을 넣고 망막 안쪽을 직접 들여다보는 검사이며, 검증된 디지털 안저 촬영도 효과적인 발견 방법일 수 있습니다1.

적절한 검진에는 시력 검사와 망막 검사가 모두 들어가야 합니다5.

다음 검사는 언제 받나요?

다음 검사 간격은 지금 어느 단계인지에 따라 1~2년에서 1개월 미만까지 벌어집니다. 국제안과협의회와 미국당뇨병학회의 2018년 지침이 자원이 충분한 환경을 기준으로 제시한 간격은 다음과 같습니다5.

상태다음 검사안과 의뢰
망막병증 없음, 황반부종 없음1~2년필요하지 않음
경증 비증식성6~12개월필요하지 않음
중등도 비증식성3~6개월필요
중증 비증식성3개월 미만필요
증식성1개월 미만필요
중심부를 침범하지 않은 당뇨황반부종3개월필요
중심부를 침범한 당뇨황반부종1개월필요

실제 검사 간격은 이 권고를 바탕으로 담당 의사가 눈 상태를 보고 정합니다.

한국에서는 얼마나 검사를 받고 있나요?

국내에서 당뇨망막병증 검진을 받는 비율은 아직 낮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표본 코호트로 2006년부터 2015년까지를 분석한 연구에서, 2015년에도 종합적인 눈 검사를 받은 당뇨 환자는 30%에 미치지 못했습니다2.

같은 기간에 병은 늘었습니다. 당뇨망막병증 유병률은 2006년 13.4%에서 2015년 15.9%로 올라갔습니다2.

다만 중증도는 나아지는 방향이었습니다. 증식성 당뇨망막병증은 1.29%에서 1.16%로 줄었고 망막광응고술을 받은 비율도 계속 줄었습니다2.

실제 유병률을 재 본 자료도 있습니다. 국민건강영양조사 2008년부터 2011년 자료에서 40세 초과 당뇨 환자 중 어떤 형태로든 당뇨망막병증이 있는 비율은 15.8%였고, 시력을 위협하는 당뇨망막병증도 4.6%였습니다3.

미국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권고된 연 1회 검진을 받는 당뇨 환자는 60%였습니다1.

단계에 따라 치료가 어떻게 달라지나요?

비증식성 단계에서는 보통 치료를 하지 않습니다. 이 단계의 목표는 증식성으로 넘어가지 않게 막는 것이고, 방법은 혈당과 혈압을 비롯한 전신 관리입니다4.

증식성 단계의 1차 치료는 범망막광응고술입니다4. 주변부 망막의 일부를 레이저로 소작해 새 혈관을 만들라는 신호 물질을 줄이고 이미 생긴 새 혈관을 물러가게 하는 치료입니다4.

황반이 부었을 때는 주사 치료가 들어갑니다. 눈 속에 놓는 항혈관내피성장인자 주사(새 혈관을 만들라는 신호를 막는 약)는 시력 저하를 동반한 중심부 침범 당뇨황반부종에 효과적이고, 망막병증의 중증도도 낮춥니다1.

주사와 레이저는 대체 관계가 아닙니다. 주사만으로는 치료를 멈춘 뒤 새 혈관의 퇴축이 오래 유지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반면, 범망막광응고술의 효과는 대체로 오래갑니다4.

그래서 어떤 이유로든 추적 방문이 어려운 환자에게는 주사 단독이 선택지가 되지 않습니다4.

시력이 좋은 경우에는 미루는 판단도 있습니다. 시력이 좋으면서 중심부를 침범한 당뇨황반부종이 있는 눈은 시력이 20/30(소수시력 약 0.7) 이하로 떨어질 때까지 치료를 미루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습니다1.

레이저 치료는 많이 아픈가요?

범망막광응고술의 통증은 연구에서 조사 방식과 조건에 따라 크게 달랐습니다. 인도에서 60명의 양쪽 눈에 서로 다른 방식으로 범망막광응고술을 시행한 무작위 시험에서, 0에서 10으로 매긴 평균 통증 점수는 표준 방식 4.6, 여러 점을 한 번에 쏘는 패턴 방식 0.33이었습니다6.

같은 시험에서 조사량은 191J/cm²와 40.33J/cm², 한 번에 걸린 시간은 4.53분과 1.43분이었습니다6. 망막병증이 물러가는 정도는 두 방식이 비슷했습니다6.

다른 조건에서는 차이가 그만큼 크지 않았습니다. 브라질에서 60안을 두 시스템에 무작위 배정해 같은 설정으로 시행한 연구에서 평균 통증 점수는 2.13과 2.97이었습니다7.

즉 아프다와 안 아프다로 답할 수 있는 질문이 아닙니다. 조사 점의 수, 한 점에 머무는 시간, 사용하는 장비에 따라 달라지므로 시술 전에 담당 의사에게 어떤 조건으로 하는지 물어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혈당을 잘 잡으면 눈은 괜찮아지나요?

혈당 조절은 위험을 크게 낮추지만, 조절을 시작하는 시점에는 오히려 눈을 더 봐야 합니다. 영국 UKPDS 35 보고에서 당화혈색소 평균이 1%포인트 낮아질 때 미세혈관 합병증 위험은 37%(33~41%) 낮았습니다4.

당화혈색소는 최근 석 달 정도의 혈당 조절 상태를 보여주는 수치이고, 목표는 대체로 7% 이하입니다4. 70세 이상에서는 7% 미만이 오히려 건강 문제 증가와 연관된다는 이유로 목표를 조금 높게 잡기도 합니다4.

그런데 같은 지침에 반대 방향의 서술이 함께 있습니다. 세마글루타이드 계열을 비롯한 최신 약제에서 보이듯, 빠르고 강한 혈당 조절은 당뇨망막병증을 가속하거나 일찍 나타나게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1.

혈당 조절을 그만두라는 뜻이 아니라, 조절을 강하게 시작할 때 눈 검사를 함께 잡으라는 뜻입니다. 당뇨 약과 목표치에 대한 판단은 당뇨를 보는 담당 의사와 상의하세요.

임신하면 달라지나요?

당뇨가 있는 여성이 임신하면 검사 일정이 앞당겨집니다. 임신 초기에 검사하고 임신 기간 내내 밀착 추적해야 하며, 이는 임신 중 병이 빠르게 진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1.

다만 임신 중에 처음 생긴 임신성 당뇨는 눈 검사가 필요하지 않습니다1.

사춘기에도 진행이 빨라지므로 더 자주 봅니다1.

시야에 갑자기 검은 것이 쏟아지면 어떤 상황인가요?

갑자기 검은 점이나 실 같은 것이 쏟아지듯 보이는 것은 유리체 출혈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유리체는 눈 속을 채운 투명한 젤이고, 증식성 당뇨망막병증에서 자란 약한 새 혈관이 터지면 이 젤 안으로 피가 번집니다4.

여기서 시야가 커튼처럼 가려지는 증상이 더해지면 견인성 망막박리를 확인해야 합니다4. 어떤 증상이 응급 신호인지는 망막박리 증상 글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당뇨망막병증 뒤에 망막 표면에 막이 자라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경과와 수술 시기 판단은 망막전막 글에서 다뤘습니다.

당뇨가 없는데 날파리가 보이는 경우와의 구분은 비문증 원인 글이 다룹니다.

내 눈이 지금 어느 단계이고 다음 검사를 언제 받아야 하는지는 산동 안저 검사로 확인합니다. 검사 간격과 치료 시점은 안과 전문의의 진찰로 정하세요.

출처

  1. Diabetic Retinopathy Preferred Practice Pattern, American Academy of Ophthalmology (미국안과학회 진료 지침)
  2. Chung YR, Ha KH, Lee K, Kim DJ. Diabetic Retinopathy and Related Clinical Practice for People with Diabetes in Korea: A 10-Year Trend Analysis. Diabetes Metab J 2020;44:928-932
  3. Jee D, Lee WK, Kang S. Prevalence and risk factors for diabetic retinopathy: the Korea National Health and Nutrition Examination Survey 2008-2011. Invest Ophthalmol Vis Sci 2013;54:6827-6833
  4. Diabetic Retinopathy, EyeWiki (미국안과학회 운영)
  5. Diabetic Retinopathy Screening, EyeWiki (미국안과학회 운영)
  6. Nagpal M, Marlecha S, Nagpal K. Comparison of laser photocoagulation for diabetic retinopathy using 532-nm standard laser versus multispot pattern scan laser. Retina 2010;30:452-458
  7. Inan UU, Polat O, Inan S, et al. Comparison of pain scores between patients undergoing panretinal photocoagulation using navigated or pattern scan laser systems. Arq Bras Oftalmol 2016;79:15-18

이 글은 공개된 진료 지침과 공공 기관 자료, 학술 논문을 근거로 한 일반 정보이며, 개별 진단과 치료 판단은 안과 전문의의 진찰로 확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