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화면은 나이관련황반변성의 위험인자 목록에 없습니다. 나이관련황반변성은 망막 한가운데의 황반이 노화로 손상되는 병이고, 흔히 황반변성이라고 부르는 것이 이 병입니다1.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이 정리한 위험인자는 나이, 흡연, 유전과 인종, 원시와 백내장 수술 과거력, 비만과 높은 혈중 콜레스테롤, 자외선입니다1.

질병관리청은 이 가운데 가장 확실하고 강력한 위험인자로 나이를 듭니다1. 스스로 바꿀 수 있는 항목 중에서는 흡연에 연구가 가장 많이 쌓여 있습니다1.

"요즘 들어 눈이 침침하고 초점이 흐릿해져서 황반변성이 생기는 주된 원인이 스마트폰 불빛 때문인지 덜컥 겁이 나네요."

실제 질문 게시판의 이 문장은 많은 사람이 가장 먼저 의심하는 대상을 보여 줍니다. 그런데 연구가 쌓인 쪽은 반대편입니다.

블루라이트가 황반을 상하게 하나요?

미국안과학회는 디지털 기기에서 나오는 블루라이트가 눈에 손상을 준다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밝힙니다2. 블루라이트는 화면과 햇빛에 들어 있는 파장이 짧은 파란빛을 뜻합니다.

화면을 오래 본 뒤 눈이 뻑뻑하고 침침한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학회는 그 원인을 블루라이트가 아니라 화면을 볼 때 눈 깜빡임이 줄어드는 디지털 눈피로로 설명합니다2.

블루라이트 차단 안경에 대해서도 학회의 답은 같습니다. 여러 연구에서 이 안경이 디지털 눈피로 증상을 개선하지 못했다고 적습니다2.

근거가 없다는 말과 무해가 증명됐다는 말은 다릅니다. 다만 지금까지 쌓인 자료로는, 화면 앞에 앉은 시간을 황반변성의 원인으로 지목할 근거가 없습니다12.

그럼 무엇이 위험을 올리나요?

나이관련황반변성의 위험을 올리는 것은 나이, 흡연, 유전과 인종, 원시와 백내장 수술 과거력, 비만과 높은 혈중 콜레스테롤, 자외선입니다1. 항목마다 알려진 크기가 다릅니다.

위험인자 알려진 크기
나이 가장 확실하고 강력한 위험인자1
흡연 발생 위험 2~3배1
가족력 발병 위험도 약 3배1
원시, 백내장 수술 과거력 위험도가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음1
비만, 높은 혈중 콜레스테롤 연관이 알려져 있음1
자외선 영향의 크기는 파악하기 어려우나 차단이 발생을 줄인다는 일부 연구1

미국 국립눈연구소가 드는 조건도 겹칩니다. 55세 이상, 황반변성 가족력, 백인, 흡연입니다3.

전신의 염증 정도도 발생과 연관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1. 성별은 여성의 위험이 더 높다는 보고와 차이가 없다는 보고가 함께 있습니다1.

담배는 왜 따로 취급되나요?

흡연은 황반변성 위험인자 가운데 본인이 바꿀 수 있는 항목이라 따로 취급됩니다. 질병관리청은 "다른 위험인자들과 달리 흡연은 교정이 가능하므로, 나이관련황반변성의 위험을 낮추기 위해서는 반드시 금연할 것을 권유합니다"라고 적었습니다1.

크기도 작지 않습니다. 많은 연구에서 흡연이 발생 위험을 2~3배 올린다고 보고했다는 것이 국내 포털의 정리입니다1.

해외 자료의 숫자도 비슷합니다. 2010년 BMC Ophthalmology에 실린 메타분석에서 현재 흡연자의 후기 황반변성 교차비는 환자대조연구 기준 1.78배였습니다4.

메타분석은 여러 연구의 결과를 한데 모아 다시 계산하는 방법입니다. 교차비는 어떤 조건이 있는 집단과 없는 집단의 발생 가능성을 견주어 나타낸 값입니다.

같은 메타분석에서 단면연구 기준 교차비는 3.58배였습니다4. 앞으로 추적한 코호트 연구에서는 상대위험 1.86배였습니다4.

연구 설계에 따라 수치는 흔들립니다. 방향은 세 설계에서 모두 같았습니다4.

이 메타분석은 후기 황반변성의 강하고 일관된 위험인자로 네 가지를 꼽았습니다. 나이 증가, 현재 흡연, 백내장 수술 과거력, 황반변성 가족력입니다4.

백내장 수술 과거력이 목록에 있는 것은 관찰 연구에서 나온 연관입니다4. 수술을 피하라는 뜻으로 읽을 근거는 아닙니다.

20대나 30대도 황반변성이 생기나요?

나이관련황반변성은 망막의 노화로 생기는 병이라 20대와 30대에서는 드뭅니다. 국내 유병률은 50대 14.2%, 60대 17.4%, 70대 이상 24.8%로 나이를 따라 올라갑니다1.

젊은 사람이 걱정하는 고도근시는 나이관련황반변성과 다른 이야기입니다. 고도근시로 황반이 상하는 것은 근시성 황반변성이라는 별도의 범주로 구분됩니다1.

근시성 황반변성은 도수가 깊어질수록 위험이 가파르게 오릅니다. 2020년 IOVS에 실린 메타분석에서 근시황반변성 교차비는 저도근시에서 13.57배였습니다5.

중등도 근시에서는 72.74배였습니다5. 고도근시에서는 845.08배였습니다5.

여기서 고도근시는 구면대응치 -6.00디옵터 이하를 말합니다5. 구면대응치는 근시와 난시 도수를 하나의 값으로 환산한 수치입니다.

845.08배는 신뢰구간이 230.05에서 3104.34까지 벌어진 값이라 정확한 배수로 읽을 숫자가 아닙니다5. 신뢰구간은 참값이 들어 있을 만한 범위를 뜻합니다.

다만 방향은 분명합니다. 근시 도수가 깊을수록 황반 합병증 위험이 급격히 커진다는 것입니다5.

젊은 나이에 황반을 걱정할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화면이 아니라 자기 근시 도수입니다15.

가족력이 있으면 발병이 정해진 건가요?

가족력은 황반변성 위험을 올리지만 발병을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질병관리청은 가족력이 있으면 없는 경우보다 발병 위험도가 약 3배 높다고 정리합니다1.

관련 유전자도 여럿 보고돼 있습니다. ARMS2/HTRA1, CFH, C2, C3 등입니다1.

인종도 위험에 관여합니다. 백인에서 가장 흔하고 그다음이 아시아인이며 흑인에서는 상대적으로 적습니다1.

유전과 인종은 손댈 수 없는 항목입니다. 같은 목록에 있는 흡연과 비만과 콜레스테롤은 손댈 수 있는 항목입니다1.

나이 때문이라면 그냥 받아들여야 하나요?

나이는 바꿀 수 없지만, 지금 자기 눈 상태를 확인하는 일은 할 수 있습니다. 원인을 따지는 것보다 이쪽이 급합니다.

2017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우리나라 40세 이상 성인의 나이관련황반변성 유병률은 13.4%였습니다1. 2010년의 6.4%에서 두 배 넘게 늘어난 수치입니다1.

그런데 유병자 가운데 자기에게 병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3.5%에 그쳤습니다1. 원인을 검색하는 사람보다 이미 걸렸는데 모르는 사람이 훨씬 많다는 뜻입니다.

모르고 지나가는 이유는 초기에 증상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건성 황반변성은 시력저하가 뚜렷하지 않아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1.

한쪽 눈에만 생긴 경우에는 더 어렵습니다. 성한 반대쪽 눈을 함께 쓰기 때문에 초기 이상을 느끼지 못할 수 있어, 한쪽 눈씩 가리고 확인해야 합니다1.

집에서 하는 자가확인 방법은 황반변성 증상 글에 정리돼 있습니다. 영양제로 진행을 늦출 수 있는지는 황반변성 영양제 글에서 다뤘습니다.

오늘 무엇을 하면 되나요?

담배를 피운다면 금연이 가장 먼저입니다. 질병관리청이 위험인자를 설명하면서 "반드시"라는 말을 붙여 권고한 항목입니다1.

나머지는 위험인자 목록을 그대로 뒤집으면 나옵니다.

  1. 혈중 콜레스테롤과 체중을 관리합니다1.
  2. 야외에서 자외선을 차단합니다. 영향의 크기는 아직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지만, 차단이 발생을 줄인다고 보고한 연구가 있습니다1.
  3. 잎채소와 생선을 포함한 식사, 규칙적인 신체활동, 혈압 관리를 유지합니다3.
  4. 40세를 넘겼다면 증상이 없어도 정기적으로 안과에서 망막검사를 받습니다1.

화면 사용을 줄이는 것은 이 목록에 없습니다. 눈이 피로하다면 줄일 이유가 되지만, 황반변성을 막기 위한 조치는 아닙니다12.

이 목록은 위험을 낮추는 방향일 뿐 발병을 막아 준다는 약속이 아닙니다. 질병관리청도 조기 발견을 위해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권합니다1.

지금 직선이 휘어 보이거나 글자 가운데가 지워진 것처럼 보인다면 원인을 따질 단계가 아닙니다. 안과에서 망막검사를 받고 어떤 상태인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순서입니다1.

출처

  1.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황반변성
  2. 미국안과학회(AAO), Should You Be Worried About Blue Light?
  3. 미국 국립눈연구소(NEI), Age-Related Macular Degeneration (AMD)
  4. Chakravarthy U 외, Clinical risk factors for age-related macular degeneration: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BMC Ophthalmology 2010;10:31
  5. Haarman AEG 외, The Complications of Myopia: A Review and Meta-Analysis. Investigative Ophthalmology & Visual Science 2020;61(4):49

이 글은 질병관리청과 미국 보건당국, 동료심사 메타분석을 근거로 황반변성의 위험인자를 설명하는 정보이며, 개인의 눈 상태에 대한 진단이 아닙니다. 증상이 있거나 위험인자에 해당한다면 안과 검진과 전문의 상담으로 확인하세요.